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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d pina's life stories 2

Views : 2,682 2015-08-30 10:00
jackson1122 1270740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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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야설이 아니고 실화임을 밝혀 둡니다. 제1편부터 24편까지 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웬만한 가정에는 거의 하우스 메이드가 있습니다. 

그들의 눈을 통해 필리핀 사회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2  회 《제11편 ㅡ 19 편》  메이드 필리피나의 천일야화

 

   

   《제11편》    메이드 필리피나의 천일야화

 

        *흔들리는 여심 (레스토바의 여왕)*   

 

내가 언니의 레스토바 워킹 스튜던트 자리를 물려받은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나는 하이스쿨 3학년 학생이 되었고, 언니는 다니는 회사의 정규사원이 되어

자리가 안정되자 회사 옆의 가까운 보딩 하우스로 거처를 옮겨 갔다. 

 

2년 선배인 증인의 여동생은 하이스쿨을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갔다. 

그런데 대학 입학하는 것까지는 친척이 도와주었는데 그 후가 문제였다. 

언제까지나 마냥 친척이 그녀의 학업을 도와줄 수도 없고,

그녀의 부모와 오빠는 안전가옥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 취업이나 개인 일로 돈을 벌 수는 없었다.  

만약 그렇게 하고 싶으면 증인 이외에는 각기 개별적으로 안전가옥에서 영원히 떠나야  하며,

일단 한번 떠나면 떠나는 것은 자유이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며,

떠난 사람은 원칙적으로는 잔류 가족을 보러 안전가옥에 일시적 방문도 할 수 없다. 

다만 밖에서 잠깐 몰래 만나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하여 선배 언니 ( 앞으로는 증인의 여동생을 선배 언니라고 지칭하겠음)는 학업을 계속하기 위하여는

자기 본인이 돈을 벌어야 하는 워킹 스튜던트가 되어야만 했으며 가족을 떠나

안전가옥과 보호 프로그램에서 혼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선배 언니는 안전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다시 보호 프로그램으로 복귀할 수도 없었다. 

나는 나의 레스토바 주인에게는 선배 언니를 고향의 선배라고 소개하며 법정 증인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고 웨이트리스로 취업하도록 도와주었다. 주인도 용모가 단정한 나의 선배 언니를 좋아했다. 

선배 언니는 나와 한방에서 같이 기거하며 더욱 돈독한 인연을 이어 갔다. 

 

내 첫사랑의 비극적 살인사건의 진행은 1년이 넘도록 재판은 아직도 열리지도 않았고, 법무부 분실에서도

전혀 재판에 대한 얘기는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이해 불가한 사항이나 그러한 것은 흔한 것이란 것이다.

 

선배 언니는 레스토바의 손님들로부터 많은 귀여움을 받고 있었다.

남자들로부터 가끔 팁도 좀 받는 듯했다. 

수업이 없는 공휴일에는 외출을 하곤 했는데 몸치장에 신경을  쓰는 걸 보니

아마도 학교 남자 친구나 레스토바의 손님 중 누구를 만나는 것 같았다. 

 

선배 언니는 점점 세련되어 갔고, 거의 1년이 흘러 대학교 2학년이 될 무렵에는

레스토바의 여왕처럼 화려한 여신이 되어 손님을 많이 끌어들였다. 

레스토바에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존재가 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선배 언니가 헤프거나 난잡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대학생으로서의 품위를 지켜 손님들로부터 더 귀여움을 받았는지 모른다. 

 

한편, 나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집안일과 레스토바의 잡일에 힘이 들고,

학교생활에서 학업이 어려워도 목표가 있는 도회지의 새 생활이 즐거웠다.  

멋진 숙녀가 된 직장인 언니의 모습을 내 인생의 미래 모델로 삼아

오직 그 한가지 목표를 향해서 주위에 한눈팔지 않고 나아갔다.  

가끔 손님들이 장난을 걸고 유혹했으나 무시해 버렸고 학업에만 열중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학교 담임선생님이 방과 후에 자기 숙소에 가자고 했다. 

내가 의아해하니까 선생님은 내 눈치를 이상하게 느꼈는지 머뭇거리며 

자기 어머니가 아파서 나의 도움이 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의 집에 부인은 없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오늘은 일찍 집에 가야 하므로 다음에 도와드리겠다고 하고 거절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선생님과 나 사이엔 좀 서먹한 긴장이 흘렀다.  

앞으로 첫사랑을 많이 닮은 담임 선생님과 어떻게 인연을 이어 갈지... 

 

 

다음 제12편이 계속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12편》    메이드 필리피나의 천일야화

 

   *물오른 인생 (♧행운의 여신♧ )* 

 

오빠는 3년 가까이 여러 군데 소규모 건설공사장에 일을 다녔다. 

젊고 튼튼하여 힘든 일을 해도 활기가 넘쳐 보였다. 

 

한번은 여자에 대한 얘기를 했다. 

건축공사장 여주인에 대하여...

 

오빠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중퇴하고 농장에서 3년간 일하다가 나 때문에 농장을 그만두고 나와 함께 고향을 떠나 현재의 친척이 운영하는 레스토바 숙소에서 신세를 지며 낮에는 건설공사장에 다녔는데 눈썰미가 좋아 이미 숙련된 건설인부가 되어 있었고, 건축 관련의 여러 사람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건설현장은 어느 대학교 근처에 대학생을 위주로 하는 현대적인 보딩 하우스 신축 건설현장이었다. 

2층짜리 방 10개 규모의 소규모 빌딩이었다. 

건축주가 직영으로 하는 건축사업장이었다. 

건축주의 신임을 받은 오빠는 자재관리 등의 임무를 추가로 부여받아, 

현장의 임시 막사에서 상주하며 기거하기로 하고 레스토바를 떠나갔다. 

 

몇 개월 후 오빠가 다시 레스토바에 들렀다. 

보딩 하우스가 완공되었는데 건물의 사후관리와 더불어 보딩 하우스의 운영, 관리를 위하여

건축주 밑에서 오래오래 일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흔쾌히 그리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주 행운스럽고 기쁜 소식이었다.. 

그 보딩 하우스 주인은 미국 시민권자인 피노이 부부로, 

미국에 가서 20여 년간 살았고 자녀도 미국에 있으며, 

현재는 은퇴를 준비하기 위하여 고향 필리핀에 돌아와 노후 대비용으로, 

대학교 근처에 2층짜리 현대식 보딩 하우스를 지은 것이라 했다. 

그들은 수시로 미국에 가서 거주도 하고 왕래를 해야 하므로 

관리인이 필요했던 것이고 오빠는 행운을 거머쥐게 된 것이었다. 

적어도 배고픈 생활, 직장을 구하느라 헤매는 고생은 면한 것이다. 

 

특히 여주인이 오빠를 자식처럼 걱정해 주었다고 했다. 

오빠는 시골 농장에서 고생을 해서 검게 피부가 타서 튼튼해 보였고 

스패니시처럼 잘생긴 코와 눈을 갖은 키가 큰 순진한 청년이었다. 

 

한편 나는 하이스쿨 4학년 졸업반에 올랐고 

선배 언니는 대학 2학년생이 되었다. 

사무원으로 회사에 다니는 언니는 봉급을 쪼개서 고향에 송금하고 있었고,

모든 것이 평화롭게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나에게 관심을 보이던 첫사랑과 닮은 선생님은 가끔 마주쳤으나 

서로 말없이 미소로 주고받는 걸로 그쳤고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첫사랑 농장관리인의 살인사건은... 

3년이 다 되어 가도록 재판은 열리지 않았고, 

선배 언니 가족들은 안전가옥에서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얘기였으나 그러한 예는 다반사라는 것이다. 

재판의 진행은 법원이 하는 거지만 법원이나 검찰은 급한 것이 없고, 

재판이 빨리 끝나면 증인 보호 비용 지출이 끝이 날 텐데도 

누구 하나 급할 거 없는 이 상황이 어떻게 이해가 될 수 있을까? 

 

 

제13편이 계속됩니다..... 

 

* 피노이들 중에 의외로 미국 시민

권을 갖고 있는 이중 국적자를 많이 있다. 

어느 정도 돈을 벌어 와서 땅도 사고 건물도 짓고 풍족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만나 사귀면 즐거운 경우가 종종 있다. *

 
 
 

《제13편》    메이드 필리피나의 천일야화

 

      *♡뒤엉킨 욕정♡* 

 

보딩 하우스의 관리인이 된 오빠는 미국 시민권자인 남자 주인과 함께 

자주 레스토바에 왔고 남자 주인에게 나와 선배 언니를 소개하였다. 

남자 주인은 50대 중반의 풍채가 좋은 사람이었다. 

남자 주인이 선배 언니를 바라보는 눈빛이 범상치 않게 변해 가고 있었다.

여성의 질투라고 할까? 육감이라고 할까? 

 

선배 언니는 학업이 없는 날에도 아침 일찍 외출을 나갔다가, 

레스토바 근무시간이 거의 될 무렵에야 귀가하는 것이 잦아졌다. 

필히 누군가 애인이 생긴 것 같았고 그 관계가 심각해 보였다. 

외출 후 돌아오는 선배 언니의 옷과 몸에서는 야릇한 냄새가 풍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누구의 밤꽃 냄새였던 거 같다. 

 

때때로 남자 주인이 혼자서 레스토바에 오곤 했는데 

그와 선배 언니 간의 눈치가 이상하게 들여다 보이는 것이었다. 

아마도 둘의 사이에는 뭔가 깊은 무엇이 있는 것이 틀림없고 

선배 언니가 자주 외출하는 것도 그를 만나러 가는 것이리라. 

 

몇 달이 더 흘러 선배 언니의 몸동작에 이상한 것이 감지되었다. 

다그쳐 물으니 울음을 터뜨리며 고백하는 것이었다. 

미국 시민권자인 보딩 하우스 남자 주인의 아이를 임신하였다는 것이다. 

아직 그에게 알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나는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그에게 알리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선배 언니도 그 길밖에는 다른 수가 없으므로 

그에게 임신 사실을 이야기했는데 

그는 놀라지도 않았고 애를 낳아 달라고 하며 

자기가 다 책임진다고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가 선배 언니를 너무 좋아하여 놓칠 수 없다고 하며 

둘이서 같이 새 인생을 살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딸이 미국에 살고 있는데 선배 언니보다 나이가 조금 많다고 했다. 

선배 언니와 그는 부녀지간의 나이지만 나이는 아무 장애가 되질 않았다. 

부인과 애들이 선배 언니와 그 남자의 장래에 있어서, 

애들은 이미 장성하여 분가했으므로 장애가 될 리 없고 

부인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만이 남아 있었다. 

 

그들의 뒤엉킨 욕정의 시작은 벌써 몇 달 전부터 시작되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은 또 무엇이 일어날지, 

 

 

제14장 다음에 계속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14편》    메이드 필리피나의 천일야화

 

        *보딩 하우스 여주인 (♡욕망의 계절♡)* 

 

아버지 나이 뻘의 보딩 하우스 남자 주인과의 사이에 욕정과 사랑?으로 

임신한 선배 언니는 대학 공부를 중단하고 남자를 따라 미국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부인과 이혼키로 합의하고 재산의 분할 문제는 복잡할 것도 없었다. 

원래 각자의 명의로 분리되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로 하여 아무 분쟁 없이 쉽게 끝냈다. 

필리핀에 있는 보딩 하우스는 부인 명의로 되어 있어 자연스레 부인이 혼자 운영하게 되었다. 

 

보딩 하우스는 이층 신축 건물로 

세입자 거주용 콘도식 객실 유닛이 10개. 

주인의 관리용 콘도식 내실 유닛이 1개로 (객실 유닛보다 큰 규모) 

주인이 거주, 살림이 가능했다. 

세입자 객실은 상당히 넓어서 객실 내부 구조는 거실 겸 주방, 방 2개, 욕실,

세탁실로 되어 있어 하숙용뿐만 아니라 웬만한 한 가족의 주거공간으로도 충분했다. 

대학교 근처의 하숙생 유치가 주목적이나 하숙생이 덜 차면 일반인에게도 임대가 가능하다. 

하숙생들은 보통 8명이 한 그룹을 지어 1개의 유닛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1개의 유닛 당 월세는 7 - 8천 페소이다. 

즉 1인당 부담하는 월세는 1천 페소이고 전기, 수도료는 별도이다.

각 방에는 이층침대가 2개가 있어 1개방의 수용인원은 4인×2방= 8명 

1개 유닛 당 총 8명이 보딩을 하는 것이다. 

거실에는 나무 소파와 식탁, 옆에는 주방이 있어 자취가 가능하다. 

중소 도시의 대학가 보딩 하우스의 전형적인 고급 스타일이다. 

만실이 된다면 7-8만 페소의 월수입이 가능하다. 

 

보딩 하우스가 새 건물이고 위치가 학교와 가깝고 좋아서 학생들이 꽉 찼기 때문에,

오빠는 사용하던 객실 중 마지막 하나마저 비우고 주인의 내실에 있는 작은 빈 방으로 옮겨야 했다. 

내실에는 여주인과 오빠 둘만이 거주했다. 

건물 청소 등 잡일은 오빠가 하고 물건을 구입할 때는, 

수행비서처럼 여주인과 같이 시장에도 다니고 했다. 

 

하숙집 여주인은 마음의 상처가 오래가는 것 같았다. 

20년 미국 생활 초기에 간호사로 일하며 돈을 벌고 할 때 

남편은 직업이 변변치 못했는데도 여자는 불평 않고 잘 지냈다. 

그래서인지 고마워하는 남편은 여태껏 바람 한 번 피워 본 적이 없었는데, 

남자가 고향에 돌아와 딸 같은 애한테 미쳐 버려서 이혼하게 된 것이다. 

하숙집 여주인은  버림을 당한 비애로 가슴이 멍들어 있는 것 같았다.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고 했다. 

 

선배 언니와 남자 주인이 결혼하고 미국으로 가고 난 뒤 

몇 달이 흘러가고 나의 하이스쿨 졸업이 다가올 무렵이었다. 

그때는 나도 웨이트리스로 일을 바꾸어 일을 하고 있었고 

다른 메이드가 나 대신 새로이 들어왔다. 

 

가끔 오빠는 여주인과 레스토바에 왔다. 

식사와 약간의 술도 하곤 했는데 별 특이한 것은 없었다. 

그냥 여주인과 개인 수행 비서라고나 할까?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오빠와 여주인은 술을 좀 많이 마시는 것 같았고 

서로 다정한 모습이 평상시의 수준을 넘어서는 모습이었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 그 이상의 무언가를 짐작게 하는 것이 

여실히 표면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좀 의아스러운 느낌이 왔다...? 

 

 

제15편이 계속됩니다....

 

 

 

    [제15ㅡ19편]  메이드 필리피나의 천일야화  3 

 

      《제15편》   메이드 필리피나의 천일야화 

 

            *선생님의 여자 (여대생의 위기)* 

 

선배 언니가 미국으로 간 후 증인 가족과는 연락도 끊어지고 

그 살인사건의 재판도 진행이 안 되고 있는 가운데, 

나는 그 사건이 전혀 남의 일인 것처럼 잊어버리고 있었다. 

또 내가 재판 진행 상황을 알면 뭐하나 싶었다. 

내가 증인도 아니고 아무 관련도 없는데 말이다. 

단지 첫사랑의 죽음 그것뿐. 

첫사랑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이상 이제는 빨리 잊는 것이 

나의 정신건강이나 미래를 위해서도 좋으리라. 

 

나는 하이스쿨을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했다. 

하이스쿨 때 선생님이 레스토바에 찾아왔다. 

이젠 선생과 제자의 사이가 아니니 사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마디로 사랑의 고백이었다. 

4년간 하고 싶었던 말을 여태까지 참고 못했다고 했다. 

그가 싫지는 않았으나 1학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공부는 어떡하고? 하는 생각이 앞섰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며 대답을 미뤘다. 

( ** 이것은 흔한 피노이 스타일의 거절 방법--- 확실히 똑 부러지게 거절을 안 한다 ** ) 

 

나는 바쁜 학창생활과 웨이트리스 일로 몹시 피곤하고 힘들었으나, 

대학생이라는 자부심에 가슴이 벅차서 마음은 항상 긴장되고 기쁨 속에 콧노래가 그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상황이 닥쳐왔다. 

레스토바 주인이 레스토바 건물을 팔게 되었다는 것이다. 

큰 개발 건설회사에서 그 주위에 큰 빌딩을 짓기로 했는데 

레스토바 자리를 포함해야 한다고 매매를 권하여 응했고 

부득이 레스토바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무렵 선생님이 또 레스토바에 왔었는데, 

어두운 나의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레스토바를 곧 그만두어야 할 사정을 이야기하고 

워킹 스튜던트를 계속할 수 있는 곳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선생님은 자기 집에 와서 아픈 어머니도 도와주고, 

집안일도 하면서 대학을 다니라고 했다.

자기가 나의 학업에 모든 것을 책임지고 도와주겠다고 했다. 

듣기에는 아주 간단하고 걱정할 것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에게 다짐을 구했다. 

워킹 스튜던트를 하는 것뿐이지 교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는 피식 웃고는 자기를 못 믿겠느냐고 하면서 걱정 말라고 했다. 

나는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아니면 어디 가서 이런 기회를 또 잡을 수 있겠는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날짜를 맞추어 짐을 선생님 집으로 옮겼다. 

집은 작지만 깨끗하고 방 3개와 주방. 거실. 화장실 하나가 있었다. 

메이드가 있었는데 공장에 취직해 나간 지 한 달이 됐다고 한다. 

나는 메이드가 쓰던 방을 쓰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세탁기와 진공청소기도 있어 집안일은 힘들지 않았다. 

취사는 선생님과 둘이 같이 했다. 그는 요리 솜씨가 좋았다. 

나는 요리 솜씨가 별로였기 때문에 그에게 요리도 배웠다. 

 

그는 부인과 이별하고 어머니와 살며 아직 새 부인이 없다고 했다. 

슬하에 아이들도 없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모든 것을 서두르지 않았다. 

내가 그를 거절한 적이 두 번이나 있어 나를 만만하게 대하지 않았다. 

나는 안심이 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새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선생님 집으로 옮겨온 지 몇 달이 안 되는 어느 날, 

선생님은 출근하고, 나는 수업이 없어 집에 있었는데 

한 여인이 애를 하나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선생님의 어머니는 그 여자와 아이를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여자와 아이는 선생님의 부인이며 자식이었다. 

그 어머니는 나를 하우스 메이드라고 부인에게 소개했다. 

그녀는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아래위를 기분 나쁘게 훑어보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어이가 없었다. 

아직 선생님과 아무 개인적으로 이렇다 할 관계는 없지만 

선생님이 나를 속인 것은 지극히 못마땅한 처사였던 것이다. 

부인과 완전히 이별한 것도 아니고, 없다던 애도 있고 말이다. 

 

만약 쉽게 선생님을 미래의 새 남자로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쯤 어떤 절망이 또 눈앞에 닥쳤을 것인가 생각하니 아찔했다.

쉽게 넘어가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세월이 좀 더 가기 전에 선생님의 부인이 빨리 나타난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안 그랬더라면 아마도

선생님과 인간적인 정이 들어 어떻게 한 덩이 되어 버려 헤어나지 못할 수렁에 빠졌을지도 모를 것이리라. 

 

이제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냥 태연하게 이 생활을 계속하여야 하나,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다른 길이 쉽게 찾아지는 것인가? 

나의 여대생 생활에 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제16장이 계속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제16편》    메이드 필리피나의 천일야화

 

      *대학생 보딩 하우스의 요지경* 

 

선생님의 부인이 온 후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부인은 멀리 마닐라 지역의 외지에 나가 일하며 1년에 한 번 정도 집에 다녀가기를 몇 해 동안 계속하여

사실상의 별거 중이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예고도 없이 아예 일을 그만두고 집에 돌아온 것이다. 

아무리 봐도 메이드 타입이 아닌 나를 보고 그 어머니가 나와 선생님 사이에 뭔가 있다고 생각하고

선생님의 부인에게 얘기하여 그리된 것 같았다. 

 

선생님과 부인은 일 때문에 서로 오래 헤어져 있어서 

별거와 같은 아쉬운 결혼생활을 이어 가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날 밤에 잠을 깨어보니 옆방에서, 

선생님 부부의 대화하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부인이 선생님에게 나와의 관계를 캐묻는 것 같았고, 

나를 집에서 내보내라는 것이었다. 

부인은 나를 순수한 하우스 메이드라고 하는 선생님의 말을 

질투와 의혹으로 전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1달간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내가 다른 곳을 구할 때까지... 

 

얼마 후 두 사람은 오랜만에 한몸 한 덩어리가 되었는지 

남의 잠 못 이루게 하는 둘만의 살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푸는 두 남녀의 회포는 밤을 맹렬하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선생님에 대한 미움과 부인에 대한 질투로 

몸을 휩싸고 도는 육체적 흥분이 잠을 못 이루게 했다. 

 

다음 날 나는 오빠에게로 갔다. 

뭔가 길이 있겠지 ... 

오빠는 자기가 관리하는 보딩 하우스에 빈자리가 있으니, 

임시로 거기에 와서 있으라고 했다. 

학비는 오빠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는 너무나 기뻤다. 

 

오빠의 파워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이스쿨도 중퇴하고 배운 것도 없이 코코넛 농장에서 일개의 인부로 일하고,

건설현장에서 힘든 일을 하던 오빠가 이렇게 인생이 바뀌고 용이 될 줄이야! 

오빠는 그야말로 물오른 인생이었다. 

난생처음 말로만 듣던 보딩 하우스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10개의 객실 유닛은 객실 별로 8명씩의 대학생들이 

남녀 별로 구분되어 보딩을 하고 있었다. 

 

약 80명의 남녀 대학생들....... 

발랄하고 철없는? 학생들이라서 아주 시끄럽고 어지러웠다. 

술도 사다가 먹고 노래 부르고 춤도 추고 떠들고......... 

자취를 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으나 게으르고 절제가 없어서인지 

대부분의 학생들이 피자나 깐띤의 음식을 사다 먹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 전용의 유닛에 남자 학생들이 놀러와 같이 놀기도 하고 여자들이

남학생 전용 유닛에 놀러 가기도 하는 등 참으로 어지러워 보였다. 

 

밤새 어울려 떠들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들의 유닛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들의 사생활을 간섭하는 사람도 없고, 

관리인인 오빠도 그런 것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사실상 간섭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어떤 유닛에서는 남녀의 싸우는 소리도 들려왔는데,

여학생이 남학생을 배신하였는지 남자의 다그치고 때리는 소리에, 

여학생의 비명과 맞싸우는 소리도 날카롭게 들려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난 후에 조용한 가운데 

몇 명은 수업이 없는지 보딩 하우스에 남아서, 

짝짝이 짝을 지어 여기저기 유닛을 옮겨 다니며, 

자기들만의 비밀스러운 숨 가쁜 본능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등, 

혈기 왕성한 청춘 남녀관계의 문란한 일들이 누구의 간섭 없이, 

자유분방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런 것을 직접 경험하고 보지 않았다면 

어찌 감히 누가 이런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시골에서 도회지로 유학 보낸 부모들은 

자식들이 공부 잘하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겠지만.... 

 

나는 호기심과 흥분을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휘감기는 것을 

겨우겨우 참으며 내 스스로 내 몸을 억지로 추슬러 나갔다. 

정말로 어려운 나날이었다. 힘들고 또 힘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옛날 농장관리인 첫사랑으로부터 

2년간 길들여져 온갖 성적 경험을 다 한지라, 

본능적으로 꿈틀거리며 피어오르는 몸속의 꽃향기가 

매일매일 침대 위에 진하게 퍼져 깔렸고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 것이 불안하고 어떤 조치가 없으면, 

나에게 무슨 일이 꼭 일어날 것만 같았다. 

 

 

제17편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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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편》    메이드 필리피나의 천일야화

 

       ♡여주인의 여보 (HONEY)는 오빠♡

 

남녀가 같이 한 집에 살거나, 

한 직장에서 밀접하게 근무하다 보면 사고가 나기 쉽다. 

하루는 내실에 잠깐 들렸는데 오빠와 여주인이 다정하게 

옆에 붙어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오빠가 나에게 좀 들겠는냐고 물었다. 나는 좋다고 했다. 

오빠가 내 것을 가져 오려고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주인 여자가 오빠를 제지하며 

 

"하니, 내가 가져올게 "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 HONEY " 이게 무슨 말인가? 

 

분명히 여주인이 하인인 오빠에게 여보 (honly)라고 한 것이다. 

나도 놀랐지만 오빠와 여주인도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평소에 그들 간의 속삭이던 밀어가 내 앞에서 툭 튀어나온 것이었다. 

평소 둘이 습관적으로 하던 말이 순간 부주의로 툭 튀어나온 것이다. 

순간 침묵이 흘렀고 나는 여주인이 가져다준 아이스크림을 두 손으로 받았는데

그녀의 손이 약간 떨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여주인은 머쓱하여 아무 말도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얼른 아이스크림을 먹고 오빠에게 고맙다 하고 내 방으로 갔다. 

오빠는 멋쩍게 웃고 있었다. 

분명 그들 간에는 깊은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음이 확실했다. 

 

전에 레스토바에 둘이 왔을 때 둘 사이가 너무 다정해 보여 뭔가 느끼기는 했지만

그들이 술이 좀 많이 취해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잊어버렸었는데 오늘 보니까,

그들이 이미 깊은 관계에 있다는 것에 의심할 필요 없이 확신이 섰다. 

그들 오빠와 여주인은 서로 "여보" 라고 호칭하는 사이인 것이다. 

내실 유닛은 방이 2개로 각각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사실은 이미 합방하여 생활하고 있으리라. 

 

그 후 우리 셋은 서로 마주쳐도 태연하게 대했으며 

어색하거나 부끄러운 표정은 아예 없었다. 

무언이 소통이고, 침묵이 이해였다. 

나도 더욱 스스럼없이 여주인을 대했다. 

 

여주인은 이제 나의 상관, 고용주가 아니고 

오빠의 여자, 시누이올케 ( SISTER IN LAW) 사이가 된 것이다. 

혈육으로 맺어진 한 가족이 된 것이다. 

나는 내실에 드나드는 회수를 늘여 갔다. 

그들도 내가 드나드는 걸 좋아했고 

내 앞에서 스스럼없이 부끄럼 없이 다정하게 얘기도 주고받으며, 

여보 호칭은 물론, 때로는 진한 스킨십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식, 필리핀식 모두 다 혼합된 개방적인 분위기였다. 

 

그러한 그들의 인생이 아주 아름다워 보였다.

오빠는 암사자를 정복한 수사자의 기백이 그의 건장한 모습에서 풍겨 나오고

여주인은 여인 특유의 애틋한 사랑의 교태가 애교 있게 흘러넘쳤다. 

여주인은 전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실의에 빠졌던 세월은 망각한지 이미 오래이고,

오빠와의 새 삶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이었다. 

그때는 오빠는 22세, 오빠의 여보 여주인의 나이는 45세였다. 

아들과 엄마 같은 나이의 관계인 것이다.

 

여주인은 무슨 일을 낼 것처럼 나날이 점점 더 젊어지고 활기가 넘쳐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오빠가 젊은 활력과 기를 여주인의 비옥한 우림 델타에 정성껏 쏟아붓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인생은 사는 방법이 한 가지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주인의 남편도 딸 같은 여자를 새 신부로 맞아 애 낳고 살고, 

여주인도 아들 같은 하인 청년을 새신랑으로 만들어

인생을 새로이, 두 번씩이나 사는 것이다. 

 

얼마 후, 그들은 서로에게 깊은 공을 밤낮 가리지 않고 들였는지, 

40대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비옥한 델타에 열매를 맺어,

오빠의 여보는 배가 불러 오르기 시작했다. 

 

 

제18편이 계속됩니다.

 

   《제18편》    메이드 필리피나의 천일야화

 

          ● 비옥한 우림 델타 (불청객 외국인) ● 

 

보딩 하우스 여주인의 우림 델타는 비옥했다. 

생명 탄생의 근원이었다. 꿀이 넘쳐흐르는 에덴동산의 사과이었다. 

오빠는 우림 델타에 빠져 일시적으로 탐닉,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우림 델타에 뿌리를 확실히 내리고 경작하고 정복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여주인의 우림 델타는 신비의 생명이 잉태하고 있었다. 

오빠의 자랑스러운 분신이 자라고 있는 비옥한 우림 델타..... 

 

내가 그들의 생활 모습을 경외스럽고 흥분된 감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대학 1년이 끝나고 2달간의 긴 방학의 계절이 돌아왔다. 

 

보딩 하우스의 대학생들은 몇 명 말고는 고향 집으로 돌아가 방들이 텅 비었고

요란 시끌벅적대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약 2달 후 그들이 다시 올 때까지 2달 이상 세수입이 끊기는 것이다. 

일반인 세입자라도 받아야 할 판에 마침 웬 외국인이 장기간 렌트를 하러 찾아왔다. 

대문 앞에 써 놓은 세입자 구함 (FOR RENT)를 보고 찾아온 것이다. 

 

*필리핀은 거의가 집 대문이나, 창문, 담벼락에 매입자나 세입자를 

구하는 문구를 써 놓는다. 동네에 부동산 사무실이 거의 없다.* 

 

외국인 세입자는 필리핀 이곳저곳 다니며 몇 개월씩 살면서 필리핀을 면밀히 파악하고

미래의 사업이나 생활 구상을 하는 중이므로 현재는 특별히 하는 것이 없다고 했다. 

유닛 1개를 우선 3개월간 월 7000 페소에 임대하기로 하였다.

그 방에 있던 이층 침대를 밖으로 치우고, 

대신에 오빠의 방에 있던 더블 침대를 옮겨 주었다. 

 

이미 오빠의 방에는 별도의 침대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오빠와 여주인이 한방에 합방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뜻깊은 의미였다. 

오빠가 흥이 나서 여주인의 옆방에서 그가 쓰던 침대를, 

외국인의 방으로 운반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자랑스러운 것이었다. 

그것은 오빠와 여주인이 안방에서 한 침대를 쓴다는걸, 

나한테 확실히 보여주는 자랑과도 같은 모습인 것이다. 

 

외국인은 자기 맘에 드는 소품들을 사다가 방을 이쁘게 꾸몄다. 

방을 하나는 침실로 쓰고, 나머지 방에는 짐도 놓아두고, 

요가 메트와 아령 등 운동기구를 놓아두어 다용도로 쓴다고 했다. 

외국인이 사용할 유닛은 1층 맨 끝의 조용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내가 쓰고 있는 유닛과 옆에 바로 이웃했다. 

방학이 끝나 대학생들이 돌아와 시끌벅적댈 것에 대비한 배려였다. 

 

외국인은 40대 동양계 아시안으로 영어 구사와 소통에 지장이 없었고,

건강하고 단단해 보였으며 유머스러운 감각이 풍부했다. 

그는 나에게 가끔 말을 걸어왔는데 호기심이 강해서 무엇이든지

상세하게 묻기를 좋아하고 진실로 필리핀을 깊이 알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겉핥기가 아니고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필리핀을 무시하려고 하지 않았고 필리핀을 이해하려고 했다. 

 

나는 그의 그러한 모습이 너무 좋았다. 

나는 그에게 호감이 강하게 끌리었다. 

아버지 같은 나이였지만 느끼는 마음은 친구 같았다. 

그 외국인은 나를 자기 유닛에 초대도 했고, 

이웃의 내 유닛에도 가끔 놀러 왔다. 

그의 깔끔한 성격이 내부 유닛 정리 정돈에 반영되어 있었다. 

서로 간에 영어 소통은 더욱 원활해졌고 모국어를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쓰는 방에는 같이 쓰던 대학생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 

8인용 유닛이 텅 비게 되어 나 혼자 쓰고 있었다. 

외국인도 혼자 유닛을 쓰고 있어 혼자 쓰기 썰렁함마저 느끼게 했다. 

서로 자기 유닛으로 돌아갈 때면 무언가 허전한 감정마저 들었다. 

오빠는 이미 오래전 내가 보딩 하우스에 오기 전부터 운전을 배워 두었다.

오빠는 여주인의 차에 이미 여보가 된 여주인을 태우고 남편으로서 병원에

같이 가서 태아 진단도 받고 시장, 영화관 등에도 다니고 했다. 

그 모습을 누구도 비난하는 사람이 없었고 오히려 일부 피노이 젊은 사람들에겐 부러움의 선망이었다. 

그들의 행각이 흥미의 대상으로 화제에 오르기는 했으나, 

비난의 대상으로 화제에 오르지는 않았다. 

 

나도 방학 중이라서 한가하던 차에 외국인 세입자가 이곳저곳 안내를 요청하여,

그와 같이 시내와 근교를 두루 다니며 안내 겸 말 동무가 되어 주었다. 

그는 감사의 표시로 팁을 주려고 했지만 나는 절대로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돈이 안 귀해서가 아니라 왠지 그에게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그의 앞에서는 정직하고 성실한 좋은 순수한 대학생이고 싶었다. 

 

여태까지 나의 존경스러운 대학 졸업 직장인 언니처럼, 

나도 그래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온 것이 아닌가? 

외국인은 나에게 대학생으로서 자존심과 품위를 지탱해 갈 수 있도록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었고 어떤 희망의 등대가 되고 있었다. 

내가 그를 왜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에 간직하게 되었는지, 

나 자신도 그 이유를 잘 알 수가 없었다. 

 

그 외국인이 나에게 무엇인가? 

단순히 외국인에 대한 선망 때문만은 결코 아니리라. 그에게는 인간적으로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은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고, 몸이 단단하고 잘 생긴 모습은 나를 설레도록 만들었다. 

 

그럴수록 그의 앞에 천하지 않은 떳떳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인생의 앞 날을 위해서라도 학업에 전념하고 대학생으로서

본분을 지키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부라고 다시 또다시 다짐하곤 했다. 

그리하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오빠와 같은 행운이 다가오리라. 

 

 

제19회가 계속됩니다.....

 

 

 
   《제19편》 메이드 필리피나의 천일야화
 
             * 외국인의 방 (원조교제) *
 
 
어느덧 긴 방학이 끝나고 나는 대학 2학년 학생이 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시골에서 돌아왔고 신입생도 새로 들어왔다. 
또다시 시끌벅적스러움이 시작되었다. 
 
외국인은 그대로 계속 있기로 했기 때문에 
보딩을 하는 대학생 숫자가 8명이 줄어 70여 명으로 감소되었다. 
그러나 보딩하우스가 시끄러운 것은 예전과 거의 마찬가지였다. 
 
여학생 중에는 별의별 질들이 많았다. 
철없는 학생들끼리 섞이는 것과는 질이 또 다른 것들이 있었다. 
소위 원조교제 학생이다. 
그녀들은 나이 어린 동료 학생들 하고는 상대를 안 했다. 
돈 많은 사업가, 상인, 공무원들이 대상이었다. 
학비, 생활비를 위한 원조교제 매춘행위인 것이다. 
그런 학생들이 몇%나 되느냐 물으면 없는 통계를 뭐라 이야기할까? 
하여간 이렇지 않고 깨끗하고 하자 없는 대학 졸업생을 만난다는 건 큰 행운으로 알아야 한다. 
 
공휴일이면 어떤 남자들은 버젓이 보딩 하우스 바로 앞까지 와서 여학생을 태우기도 하고,
좀 수줍어하는 초짜 여학생은 몇 백 미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승용차에 걸어나가 타기도 했다. 
그녀들은 하루 외박도 하고, 당일로 외출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화려한 차림의 학생도 있고, 아직 순진한 차림의 숫보기도 있었다. 
어떤 특별한 경우에는 그렇게 휴일에만 만나다가 그것이 흡족하지 못한지,
아예 콘도나 아파트를 얻어서 살림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매일 언제든 함께 할 수 있는 고정적 밀회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것이 장기적 교제를 하는 연인 사이엔 호텔을 매번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도 훨씬 적게 들고 자유로이 드나들며 즐기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그런 여학생 하나가 외국인에게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학생들만 있는 줄 알았던 보딩 하우스에 독신의 외국인이
8인용 유닛을 혼자 쓰는 것이 그녀에게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구미가 당겼으리라. 
그녀는 외국인에게 라이터를 빌려 달라는 구실로 접근했다. 
 
우연히 보니까, 
밖의 노크 소리에 외국인은 누구냐고 묻지도 않고 문을 열었는데,
내가 아닌 다른 낯선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안으로 쉽게 들이는 것이었다. 
질투와 호기심이 발동하여 내 방과 붙은 외국인의 방의 벽에다 내 귀를 바짝 붙이고 들어 봤다. 
방 안에는 TV 가 켜져 있어 잡음 소리에 무슨 소리인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용을 잘 알 수는 없었다. 
1시간 정도 흘렀을까? 
외국인 유닛의 출입문이 열리고 외국인이 그녀를 보내며 문 앞 복도까지 나와서
인사를 서로 주고받는 다정한 소리가 복도 쪽으로 살짝 열린 내 방 유리창 사이로 똑똑히 들려왔다. 
 
나는 일시나마 외국인에 대한 심한 실망감을 느꼈다. 
존경심도 사라지고 경멸의 배신감 마저 들었다. 
내가 몇 달 동안 그를 나의 정신적 지주로 삼아 마음과 몸 다스리기를 한 것이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는 생각이 들자 허망한 후회와 비탄을 넘어,
지금까지 참고 억제했던 잠재하고 있는 육체의 욕망이 꿈틀거리며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어디 누구에게라도 기회가 오면 내 온몸을 아낌없이 열고, 
쾌락의 나락으로 한없이 빠져 들어가고 싶은 충동 속에 휩싸였다. 
 
 
 
제20편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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